26년차 자연재배 유기농...김태중 농부 이야기

꽃밥이야기 - 생산지이야기

제게는 농부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평생의 꿈이 한량이라고 하는 이 친구는 26년차 자연재배-유기농 농부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26년 유기농사를 지었고 그 중 21년은 유기인증 받은 자연재배 농사를 지어왔지요.


자연재배로 지은 태중농부의 밥맛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20여년 가까이 알알이 흩어지는 거친 현미밥을 주로 해먹던 저에게는 천상의 쌀이었어요.

현미로 도정해도 찹쌀처럼 찰기가 있고 달고 입에 착착 붙는 멥쌀이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더랬지요.


백진주 품종

태중의 쌀은 백진주라는 품종의 쌀입니다.

지금부터 태중 농부의 백진주 품종 이야기 들려드릴께요.


김태중 농부:

지금은 국내 종자들도 밥맛들이 우수합니다만, 초창기 제가 농사지었던 쌀들은 죄다 일본품종들이었습니다. 밥맛 좋다고 알려진 고시히까리, 히도메보레, 흑향미등 여러 종자들을 일본에서 김재식 어르신(전, 전남도지사)께서 들여와서 한마음에서 시범포를 운영하여 시험 재배를 하고 그중에 괜찮은 품종들을 다른 농가들에 보급했었는데요. 그 당시 쌀들이 밥을 해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밥하고 30분 이내에는 일본 쌀이나 우리 쌀이 그리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현격히 벌어지더군요. 그래서 초기에는 주로 일본품종들 농사를 지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 종자는 없어지겠구나~ 하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던 차에 국내에서 육종한 백진주 (백진주1호)라는 품종을 알게 되면서 2008년도부터 백진주를 그리고 2011년경부터는 백진주 1호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백진주(1호)는 멥쌀과 찹쌀의 중간 형태를 보이는데 아밀로스 함량이 9 ~ 11.5%(찹쌀은 0~4%, 멥쌀은 20% 내외) 정도로 밥이 찰지고 부드러워 현미밥이나 김밥용에 적합하며 당뇨 환자들을 위한 기능성 쌀이기도 합니다. 백진주(1호)를 농사짓게 된 계기는 소비자들이 백미보다 영양분과 식이섬유 등이 월등히 많은 현미를 먹었으면 좋겠는데 식감 때문에 현미를 꺼린다는 걸 알고 현미로 먹어도 차지고 맛있게 먹을 수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백진주(1호)를 알게 되고 심게 되었습니다.


백진주는 다른 쌀을 섞지 않고 100% 현미로만 밥을 지어도 차지고 밥맛이 우수합니다. 따로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지어도 괜찮을 정도로 좋습니다. 반대로 가래떡을 뽑을 때는 찰기 때문에 성형이 잘되지 않습니다. 백진주를 못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1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밥맛이 괜찮습니다.


이렇게 밥맛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백진주를 만나기가 어려운 이유는 농가들이 수확량이나 내병해성 등의 이유로 재배 자체를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중에서도 백진주는 만나 보기 힘들고 다른 품종보다 고가에 팔리고 있습니다.


자연재배 논두렁은 일급수에 사는 생물들도 발견됩니다 물론 뱀도 이곳을 좋아합니다



잡초 제거를 위해 논에 넣는 왕우렁이

찰지고 단맛이 많고 부드러운 현미


정말 그랬습니다. 친구의 쌀은 찰지고 단맛이 많고 부드러운 현미였어요. 그러니 거친 현미밥만 십여년 이상 먹어 오던 제가 반할 수 밖에요...^^


친구는 전남 장성에서 자연재배 쌀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4천평 정도의 땅입니다. 농사는 대학 졸업을 하고 95년부터 시작했다 해요.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했냐고요? 아니요. 철학과를 다녔답니다. 생각해보니 철학자 농부님이네요. 농사와 철학은 어쩌면 아주 잘 어울리는 영역일 것 같습니다. 철학이 있어야 오래도록 땅을 지키며 정말 쉽지 않은 농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본래 농업을 통한 공동체를 꿈꾸면서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계획을 수정하고 95년 졸업하고 그 해 가을부터 바로 현장에서 유기농 쌀농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2000년도 부터는 퇴비나 녹비작물까지도 전혀 쓰지 않는 자연재배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요. 그러다가 장성지역의 유기농 생산자 공동체인 한마음 공동체에 합류하면서 제초제*농약*화학비료를 투입하지 않는 건강한 유기농산물을 도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일을 함께 하게 되었다지요.


그때는 정부정책이 친환경이나 고품질 이런것이 아닌 다수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관에서는 유기농 자체에 대해 굉장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농민들이나 소비자들의 의식도 제초제나 농약이나 비료 없이 농사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요. 그래서 유기농의 확산이 굉장히 더뎠다고 합니다. 그걸 깨고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도시소비자들과 지역 농민들 교육에 열성을 쏟았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때 쌀농사에 있어서 우렁이농법을 정착시킨 곳이 한마음공동체였다고요. 음성의 최재명 어르신의 최초 발견을 이어받아 양식과 넣는 시기 투입량 등을 한마음공동체에서 정형화 했다고 합니다.


한마음에서 그렇게 유기농에 대한 이론과 실습들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97년도에 따로 독립해서 자립한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수도작과 시설채소에서 나중에는 과수와 양봉까지 다양한 농사를 짓게 되었다고 해요. 저는 2천년도 이후로 다른 친환경 전문업체의 구매담당자로 일하면서 한마음공동체에서 일하던 김태중을 알게 되었었지요.


자연재배 농부 김태중의 고무신



김태중 농부가 짓고 있는 농사법을 태중농부에게 직접 들어 볼께요.


김태중 농부:



처음부터 유기농을 시작해서 2천년도 부터는 자연재배로 전환했는데요.


이 농사의 기본은 외부에서의 투입 자체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연재배는 농법이 아닌 철학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렇게 해야 된다는 법칙 같은건 없어요. 제 농사는 유기농의 기본인 제초제*농약*화학비료는 당연히 쓰지 않고 거기에다 퇴비나 영양제, 심지어는 땅에 영양을 공급하는 녹비작물(자운영. 헤어리베치 등 콩과식물)까지도 투입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농사가 되느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있을텐데요. 그것은 그동안의 제 농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수확량은 일반 농사에 비해서 떨어지지만 단백질 함량이나 맛 등은 자부합니다.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오랫동안 제 농토에서 연구를 진행했었는데 그 결과들은 수치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농사를 지으면 벼 뿌리는 굉장히 많이 뻗어서 영양섭취 활동들을 하고, 병충해는 거의 없어집니다. 면역력 자체가 증가해서 병충해 자체가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 별멸구가 전국을 강타할 때도 주변의 논들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벼멸구 흔적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제 논에는 피해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것은 건강한 아이들이 잔병치레 없이 잘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채종한 씨앗들을 4월 중순 이후에 염수선(소금물을 이용한 비중처리로 튼실한 종자 선별) 해서 65℃ 물에 온탕 소독한 뒤 파종, 육묘, 모심기 과정을 거칩니다. 6월 6일 정도에 모내기를 해서 10월 20일경 수확합니다. 풀은 우렁이를 이용해서 제거하고 수시로 논에 들어가서 뽑아줍니다.


우리 태중농부가 제가 생각하고 있는 친환경 먹거리가 가지고 있는 자가면역을 길러주는 힘에 대하여 잘 설명해준 것 같습니다. 농산물이 무농약이나 유기농의 방식으로도 병충해를 이겨내고 잘 자라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땅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자연의 방식으로 잘 섭취해서 자라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도 건강한 사람이면 병원이나 약처방 없이도 감기쯤은 끄떡없이 이겨내고 주변에 여러 면역관련 질병들이 창궐한다 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농산물도 마찬가지 겠지요.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케어하기 시작하면 약과 비료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체질이 되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내지 못하고 약에 의존하게 되는 상태가 될 것이니까요. 콩심은데 콩나는 자연의 법칙일거라 저는 생각해봅니다.



김태중 농부는 철학을 전공했다


태중농부의 자연재배 농사짓는 마음가짐


김태중 농부:

자연재배 농부의 마음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때에 따라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나머지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따라가는 거지요.

주위의 시선에 대해서 아랑곳하지 않는 담대함도 필요합니다. 일반 관행재배에 비해서 초기 활착이 좀 늦다보니까 모내기부터 수확 때까지 주변 농가들의 다양한 시선들을 견뎌내야 합니다. 그래가지고 농사가 되겠냐느니 굶어 죽는다느니 하는 걱정 어린 시선들에 대해 초월하고 결과로 증명해내야 합니다.


처음 자연재배를 시작하게 되면 5년차 정도까지는 점차적으로 수확량이 감소합니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고 나면 (땅에 있던 농약과 비료의 잔재들이 빠지면서) 씨앗도 땅도 적응이 되면서 본래 가지고 있던 제힘들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병충해도 오지 않고 수확량도 점차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는 주변 농가들로부터 이런 얘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어이! 그 종자가 뭐단가? 나도 좀 줘보소” ㅎㅎ



쌀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업이 위기라고들 이야기 하고 있구요. 우리는 수입농산물들의 이력을 추적하기 어려워서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정작 우리 땅에서 혼신을 다해 키워낸 우리 농산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과 사랑은 점점 더 식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소비자들이 싼 맛에 싸고 편한 것들만 찾다보면 정말 열정을 다해서 잘 키워진 우리 농산물은 가격경쟁력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 같아요. 소비자들이 찾지않는 농업을 누가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시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태중농부의 자연재배 유기농쌀 같은 좋은 먹거리들은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잘 판매 되어서 이런 건강한 식품을 찾는 고객들을 기분 좋게 만나게 되기를!


김태중 농부:

앞으로 제 삶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든간에 몸이 움직이는 한 쌀 농사는 놓지 않을거고요. 우리나라에 마지막 남은 2명의 농사꾼이 있다면 그 중에 1명이 저이기를 바랍니다.


저도 태중농부가 끝까지 건강한 땅을 지키며 삶을 지키며

친구로 동료로 꽃밥의 생산자로 오래오래 함께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태중농부의 쌀은 오분도미와 현미로 도정해서 북촌 꽃밥마켓에서 판매합니다.

인사동 꽃밥에피다 와 북촌 보자기꽃밥에도 태중 농부의 현미쌀을 사용해서 찰진 밥을 짓습니다.

문의는 북촌 꽃밥마켓(꽃밥이야기)으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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